여행이란...
여행에는 두 종류가 있다.
즉흥여행과 계획여행.
적어도 나는 이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흥여행이란, 아무 계획없이 정처없이, 혹은 지역만 대강 정해놓고 가는 여행이고
계획여행이란,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서 가는 여행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계획여행이 더 좋다.(물론 둘 다 해보고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철저한' 계획여행이라는 건 정말 철저하게 '공부'를 해간다는 뜻이다
그 나라 그 지역에 대해 '어설프게 공부'를 해가면
즉흥여행도 아닌, 그렇다고 계획여행도 아닌 어설픈 여행이 되버린다.
그야말로 '본인이 아니라 여행책자가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건 그 나라에서 살았던 사람이 쓴 에세이.
가이드북만 보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이런게 더 도움이 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그 나라를 여행한 사람들이 쓴 에세이나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책도 괜찮다.(여기서 '나라'라고 했지만 국내여행도 마찬가지다. 그 지역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적어도 3~4권은 읽어서 자기가 어디에 관심있는지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혹자는 '여행은 자유분방함이 생명인데 그렇게 철저하게 해가면 무슨 재미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때'에 비로소 자유분방함이 생긴다.
무슨 소리냐면,
공부를 많이 하면 가기 전에도 어느 정도는 그 지역을 머리속에서 꿰뚫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본인이 가고 싶은 우선순위를 정할 수가 있다는 것이 첫번째 의미이고,
두 번째는, 막상 가면 생각했던 것 보다 좋은 곳도 있고 생각했던 것 보다 별로인 곳이 있는데
'생각했던 것'이라는 것 자체가 아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감상된다는 것이다.
몰라서 감상이 안되는데 자유분방을 찾을 수가 있을까.
마지막으로는, 계획되로 안 되기 때문에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게 자유분방함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소리인고 하니,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게 낭비시간을 줄일수가 있고
또한 자신의 의지 혹은 어떤 상황에 의해 계획대로 안 되었을 때
철저한 계획이 있으면 얼마든지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어설픈 계획은 그런 상황에서 사람을 당황케 할 수 있다.
요컨데, 계획은 철저하게 세우되 가서는 계획대로 하지 말고 마음내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럼 뭐하러 계획을 세우느냐고 묻는다면, 답변은 한 가지다
진짜 여행의 묘미는,
여행을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여행을 준비하는 데 있는 거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여행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