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와 재중교포
한국, 서울.
전 세계에서 약 8천만이 가지고 살아가는 'KOREA'라는 문화 및 아이덴티티의
중심(center of center).
거기서 태어난 저는 사실 '교포'라는 말은 뉴스에서나 듣던 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우연히 한 재일교포를 만나게 되어
자연스럽게 '교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신 안에 '한국'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인'이 되지 못하는(혹은 적어도 되지 않는) 사람들.
오늘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가 아는 한에서 해보고자 합니다.
사실은 이 글은 제가 언젠가 쓰려고 쓰려고 하다가 못쓰고 있었는데요,
제가 '교포'가 아니기에 함부로 글을 쓰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읽기 전에 유의해주시길 부탁드릴점이 몇 개 있습니다
1. 제가 보고 들은 것 안에서 쓰긴 하겠지만,
제가 보고 들은 것이 모두 사실은 아닐 수 있기에,
혹시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2.저는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쓴 것입니다.
절대 특정 세력을 우호 혹은 경시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3. 제가 '그들'이나 '우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게 될텐데
이는 어디까지나 '대명사'로써의 'They', 'we'의 의미이지,
'교포'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을 나누고자하는 의도는 없음을 밝혀드립니다.
4. 제 의견이 들어간 부분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고, '교포'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밝혀드립니다.
5. 마지막 유의해주실 점은 글 맨 마지막 부분에 쓰겠습니다.
교포 중 가장 많은 것이 '재미', '재중', '재일'교포인데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교포는 1945년 이전, 즉 조선광복이전에 한반도를 떠나간 교포와
그들의 자손들입니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이들 중 '부유'하기 때문에 간 사람들은 별로 없고
가서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이지요.
그 중 오늘은 재중, 재일교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재중교포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 그리고 흑룡강성에 제일 많이 삽니다.
이들은 당시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독립군의 후손이거나
아니면 먹고 살기 위해 추운 땅으로 이동을 했던 조선인들의 후손입니다.
재중교포는 흔히들 조선족이라고 부르는데요,
교포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저는 조선족이라는 말을 좀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조선족'이라는 용어를 약간 경멸의 뉘앙스를 담아서 이야기하는듯해요.
그들중 몇몇이 한국에 와서 범죄를 저지른다던가,
아니면 보이스피싱을 한다던가 하지만
사실은 재중교포의 수는 공식적으로 파악된 것만 2백만명이니,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지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조선족'이라는 말에 그에 대한 경멸감을 집어넣는 경우가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조선족'이라는 말이 중국에서 '한국계 중국인'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긴 하지만,
중국입장에서는 '한족(漢族)'과 다른 '민족'이라는 의미겠지요.
그런데, 한국 사람이 그렇게 부르는 것은 '저들은 우리와 다른 민족이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닐까요?
(물론 저는 '민족'이란 단어도 안 좋아하긴 합니다.)
그래서 '재중교포'는 자신들이 '중국인'이라고 합니다.
대학원 시절 교환학생으로 온 재중교포가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중국 사람입니다'라고 한 것을 들은 적이 있지요.
물론 한 개인의 생각이 2백만을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는데요,
'漢族'이든 소수민족이든 '하나의 중국인'이라는 모토이지요.
재중교포 1~1.5세대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중국에서 중국식 교육을 받은 2~3세대(특히 3세대)가
자신들을
'한국인 부모 (혹은 조부모)를 둔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에 반해 재일교포는 조금 사정이 다릅니다.
재일교포는 일본내에서 '자이니치 코리안' 혹은 줄여서 '자이니치'라고 불리는데요
이 자이니치라는 말이 좀 재미있는게, 한자가 '在日' 즉 '일본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일본인이면 전부 일본에 있을 것인데 재일교포만을 특별히 '일본에 있다'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면 일본 내에서 그들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도 일본 정부 내에서 이들에 대한 차별 정책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는데요,
그들의 자손들이 일본에서 태어나서 일본식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귀화를 하지 않는 이상) 일본 국적을 받을 수 없습니다.
'특별영주자'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본땅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도 일본내에서는 '외국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죠.
귀화를 하면 되지 않느냐 하실 수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원칙적으로
'일본 국적을 쉽게 주지 않는 정책'을 가지고 있어서,
영주권을 가지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지만 '귀화'를 하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요즘 인기인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나
한 때 유명했던 브라질 출신 일본인 축구선수 알렉스 처럼
그에 걸맞는 유명세가 있지 않는한 하기 힘들죠.
(그리고 사실 '추성훈'은 아래에 설명하는 '뉴커머'에 속해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특별영주자'들도 '귀화'를 신청할 수는 있지만
한다고 해도 그리 간단히는 안 되고, 된다고 해도 몇년씩 걸린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하려고 하는 재일교포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는 '올드커머', '뉴커머'로 나뉘는데요.
'뉴커머'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넘어간 사람들로써 주로 1965년 이후에 넘어간 사람들을 뜻하고요
그 이전에 넘어간 사람들을 '올드커머'라고 하죠.
1965년을 기준으로 한 이유는, 이 때 한일국교정상화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뉴커머들은 '한국 주민등록을 가지고서 한국인으로 살다가 넘어간 것이니까
일본내에서 '외국인'이겠지만
올드커머들은 '대한민국이 생기기 전' 혹은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관계가 안 좋았을 때' 넘어간 사람들이죠.
그런데 일본 정부는 그들에게도 '외국인'신분을 적용합니다.
(이 올드커머와 그들의 자손들이 약 60만입니다. 원래는 200만에 육박했는데 해방 후에 송환 사업을 시작합니다. 이 때 대부분의 재일교포들은 북한을 골랐죠.)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일본내에서 '외국인'이라면 그 '외국'이 있어야 할텐데,
그들에겐 '고국'이 없었기 때문이죠.
해방직후에는 '대한민국'도'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일본과 수교가 없었고,
수교가 없다는 것은 '그 나라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조선적'을 가지게 되는데, 이 '조선'이라는 것이
지금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1910년에 (강제로) 없어진 '조선'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이후 재일교포들은
한국에 우호적인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줄여서 민단)'과
북한에 우호적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줄여서 조총련)'으로 나뉘게 됩니다.
조총련 사람들 가운데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을 가지는 사람도 꽤 있는데요
북한은 아직까지 일본과 수교가 없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은 북한 정부는 인정하지만
일본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정부와는 1965년에 국교를 회복하였기에,
이 이후에 '한국 국적'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현재 일본의 법에는 재일교포가 '외국인등록증'에 국적을 표기할 때
'한국' 혹은 '조선'으로 표기하게 되어 있죠.
(많이들 오해 하시는게 '정대세' 선수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을 가졌다고 생각하시는데,
정대세 선수는 '한국 국적'을 가진 재일교포입니다.
다만 FIFA에서는 자신의 국적과 상관없이, '하나의 국가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되, 한 번 선택하면 국적을 바꾸기 이전에는 다른 팀 선택 불가능하다'
뭐 이런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아주 연고가 없는 뜬금없는 나라를 택할 수야 없겠지만,
정대세 선수는 조총련 측 민족학교를 다녀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니, 북한팀을 택한 것이겠죠.
자세한 건 본인이 아니면 모르겠지만, 국적과 FIFA의 대표팀은 별개로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일본내에서 차별이 심해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재일교포 2세만 하더라도, 설령 한국 국적을 가졌더라도 일반 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거의 하늘에 별따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장사를 하면서 살아갔고요, 그래서 일본의 파칭코 사업은 대부분 재일교포들이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이 인식이 바뀌어서, 재일교포라도 취직을 할 수 있고요,
재일교포 3세 정도 되면 보이지 않는 벽이 아직은 남아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참정권'이 없다는 것 '외국인'이라는 것 이외에는 차별이 없다고 하네요.
그러나 '혐한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직까지 은근히 무시하는 일본인들이 많고요,
현재 재일교포들은 공식적으로는 두 글자 성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은 성이 대부분 한자로 두 글자(혹은 세 글자)이고요,
전 일본 총리 管 直人(칸 나오토) 처럼 한 글자 성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의 金, 李, 朴 같은 성은 없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성만 보면
재일교포인지 일본인인지 알 수 있습니다.
(뭐 제가 일본에서 살 때는 저는 이름 이전에 '억양'에서 걸렸지만요,,,)
따라서, 많은 재일교포들이 집에서(혹은 재일교포 사회에서)는 한 글자 성을 쓰고
공식적으로는 두 글자 성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만으로 차별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지요.
일본 드라마 '스마일'에서는 주인공 마츠모토 준을 재일교포 출신 변호사이 도와주는데
처음에는 자신이 재일교포라는 것을 숨기고 싶어해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이름을
자신의 두 글자 성을 따서 '伊東 변호사 사무소'라고 하는데요,
드라마 마지막에서는 당당하게 한국 성을 따서 변호사 사무실 이름을 바꾸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자신이 재일교포라는 것을 숨기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별받을까 봐서요.
게다가 재일교포 3세 정도 되면
일본식 교육을 받기 때문에,더구나 재일교포3세쯤 되면 보통 일본인이 다니는 일본인 학교에 다녀
본인 입으로 '재일교포'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일교포 3세가 되면 그 스펙트럼이 아주 다양하다고 합니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3세, 조선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3세, 일본으로 귀화를 신청하는 3세 등
그리고 한국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3세 중에서도,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경우, 한국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경우, (어떠한 이유로) 자신이 한국 피를 받았다는 걸 싫어하는 경우 등
이렇게 다양한 이유는, 재일교포 3세가 일본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간 첫 세대이고, 아직 젊은 20~40대이기 때문에
아이덴티티의 혼란을 겪을 사람들(겪었던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각자 자신의 경험에 따라 사고방식이 바뀌기 때문이지요.
이상으로 재중교포와 재일교포 이야기였습니다.
'재중교포', '재일교포' 모두 국가가 36년 동안 없어졌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 땅에서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입니다.
역사적으로 한민족(저는 물론 '민족'이란 말을 싫어합니다만)은
만주~한반도~일본에 걸쳐 살았습니다.
그런데 한반도, 그것도 남쪽 절반에 사는 사람들끼리만 어울리고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을 '우리'가 차별한다는 것은
안 될말이죠.
5. 마지막 유의점
제가 차별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람들'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정부'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같은 문화를 지닌 사람들'을과 잘 지내는 것이지,
북한 정부 일본 정부 중국 정부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정부'와 '사람'은 다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