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리고 느낌

주차장으로 보는 한국인 종특

21세기페스탈로치 2021. 7. 22. 19:37

한국인은 참 흥미로운 사람들이다.

 

얼마 전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주차장 도색 작업을 다시 했다.

따라서 한동안 주차 공간에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장애인 주차 공간'에 대한 것이다.

 

요즘은 어느 주차장이나 법적으로 장애인 주차 공간을 설치해야 하는데,

도색 작업을 하는 동안은 장애인 주차 공간 표시도 없어져 있었다.

여기에 주차를 하는 사람들은 다 이 아파트 주민들이니, 

그 자리가 도색 작업 시작 전에 장애인 주차 공간이었다는 건 모를 리가 없는데

도색 작업이 시작되고 해당 표시가 없어지자, 돌아가면서 거기에 주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색 작업이 완료되고 장애인 주차 공간이 생기자 하나 같이 그곳에는 주차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바뀌었을 리 없는데 표시 하나로 행동이 바뀌는 것이다.

 

물론 장애인 주차공간에 비장애인이 주차하면 과태료인가 벌금을 물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게 무서워서 그 공간에 주차 안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거기에 주차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느껴서일 것이다.

 

한국에서 카페에 물건을 올려놓고 잠깐 자리를 비워도 아무도 물건을 훔쳐가지 않는 걸 보고 외국인들이 놀란다고 한다.

당근 마켓에서는 일주일에 몇 번씩, 신용카드나 지갑을 주웠다고 주인을 찾는 글이 올라온다.

외국 같으면 그 신용카드를 바로 누군가가 쓴다고 하던데 말이다.

그 정도로 도덕적인 한국 사람들인데... 표시가 없어졌다고 장애인 주차공간이었던 장소에 차를 댄다..

갑자기 도덕심이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누가 그 자리에 대기 시작하니까, "아, 여기 주차해도 되나 보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도덕심은 '아무도 그렇게 안 하니까'가 그 시작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