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내가 일본 시스템 중에 위화감을 느낀 것 중에 하나가
일선 초중고의 교무실을 '職員室(직원실)'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한국처럼 '교무실'이 아닌 '직원실'이라니?
일본에서도 '교원실'이라는 단어가 있고 '직원실'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보통은 '교원만을 위한 교원실'보다는 '교원과 직원이 같이 쓰는 교직원실'이 더 일반적이어서
그런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라면 딱히 부정적인 의미로 '직원실'이라는 단어가 쓰인 것이 아닌데도
이 위화감은 참 쉽게 없어지진 않았다.
내가 교생실습을 나간 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별개의 집단인 느낌이 들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교권문제가 아주 심각하던 때도 아니었고,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는 상황으로 보였다.
물론 한달짜리 교생이 해당 학교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았겠느냐마는,
교사 집단과 학생 집단이 같은 공간에만 있을 뿐 전혀 융합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내 눈에 비친 그 학교의 교사들은 정말로 '교원'이 아닌 '직원'의 느낌이었다.
그저 '일'로서 학생들을 대하는 그런 태도가, '참교사'를 꿈꾸는 나에게는 충격이었고
내가 '일선 학교의 교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교단에 서게 만든 몇가지 이유중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나는 다른 길로 가지만 전체가 그러진 않을 것. 몇몇 학교의 문제일 것'
이라고 내 나름대로는 합리화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15년 정도가 지난 지금, 더이상 '몇몇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큰 사건이 터졌다.
일단 고인에게 우리 사회가 너무 큰 짐을 지운 것에
동일한 형태는 아니지만 어쨌든 교단에 서는 사람으로서 미안함이 느껴지고,
이 사회가 참 어떻게 되어가나 부정적인 생각만 계속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절망적인 것 같다.
이 사건으로 인해
부모들은 교사에게 폭언폭력을 조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학생들'에게 좋은 것일까?
교사에게 폭언및폭력을 한 것은 분명히 절대 잘못된 행위이긴하다.
그 행위들을 절대 합리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 및 학생의 사이가 멀어진다면
학교 안에 '교원'이 아닌 '직원'만 남게 될 것이다.
이사건으로 인해 벌어질 '교원의 직원화'는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건 제로섬게임도 아닌 '다같이 지는'게임이 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학부모와 교사, 학생 사이에 폭언폭력이 없게 만들수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부모와 교사, 학생 사이에 폭언폭력이 없이도 소통이 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이다
그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만 앞으로의 세대에 미래가 있고
그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만 '교원'이 '교원'으로서 학교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누군가 한 두명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시스템 구축+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이 20세기에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원동력 중의 하나는
'교육'이라는 말도 있다.
그 '교육'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침몰시키지 않을 수 있도록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