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맡은 수업 중에 1:1 수업이 하나 있는데
이 분이 엄청 대단하신 분입니다.
한국어를 너무 잘해요. 왜 공부하러 다니는지 모르는 정도로.
아마 이 분은 한국어보다는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공부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교재를 선생님이 고르기 마련인데 이 분은 교재를 직접 골랐습니다.
이게 엄청 어려운 책이라, 한국 수능에 나올만한 설명문들이 실려 있습니다.
즉, 관심 없는 사람은 한국사람이라도 잘 모르는 내용들이 실려 있는데
그걸 번역해서 읽고 있습니다. 대단하신 분이죠?
한국 고등학교에서 하는 수업이 아니기에 수업에서 글을 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글은 본인이 집에서 다 읽고 오십니다.
글만 읽어오고 모르는 건 좀 물어봐도 되는데 사전을 찾아가며 다 해오시는 분이라
수업시간에 제가 책을 가지고 할게 없습니다.
저는 대신, 그날 수업에 실려있는 한국문화를 알려주지요.
지난주에는 한국의 역사에 관련된 내용이라, 한국의 역사를 고조선부터 죽 알려주었지요.
대학생때,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를 가르쳐본적은 있지만,
짧은 시간에 반만년 역사를 '지루하지 않게' 훑어야 하기에 간단간단하게 알려주었습니다.
그 외의 수업에서도 한국어만 가르치는 게 아니에요.
보통 수업에서는 '문화'관련 책과 '한국어 교재'를 같이 씁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화 관련 책'이 한권있는데, 전통문화역사 이렇게 어려운게 아니라
전통문화가 실려 있지만 쉽게, 그리고 현재 한국에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 이런게 잘나와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 수능이었죠?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한국의 수능 바로 전날 수업에서 '수능 챕터'를 공부했습니다.
'공부'라는 말이 좀 그런가요? ㅎㅎ
이분들이 성인인지라, 센타지켄(한국의 수능시험 같은 일본의 시험)을 중심으로 한 일본 입시에 대해서 신나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한국의 입시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입시문제, 일본의 입시문제도 토의했지요.
물론 가장 중요한건, 학생들은 이야기하면 끝도 없으니, 너무 깊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조절하는게 필요합니다.
특히 시사문제로 들어가면 아주 살짝만 건드려 줍니다. 조절해서. '모의유엔'이 아니잖아요 수업은 ㅋㅋㅋ
그게 선생님의 능력이지요.
그래서 언어 교육은 '언어' 교육이 아닙니다. 문화 교육이지요.
한류가 불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하면 '소녀시대, 카라, 욘사마' 이렇게 밖에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어 뿐만 아니라 한국은 얼마나 훌륭한 문화들이 있는지
전통적인것, 역사적인것, 그리고 21세기의 한국인의 문화를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은 이웃나라입니다. 역사적으로 꺼름직한 일들도 많았고
지금도 일본 정치인들은 우익으로 치우쳐 한국 정부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가'와 '개인'은 다릅니다.
'일본'을 미워할 지언정 '일본인'을 미워할 이유는 없죠.
우리는 '우연히' 한국인으로 태어난거고 그들은 '우연히' 일본인으로 태어났을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웃나라는 당연히 사이가 안 좋습니다. 독일-프랑스를 보세요. 바로 옆나라지만 역사적으로 엎치락 뒤치락. 사이가 좋을 리가 없죠.
그렇지만 이웃나라가 뭉치지 못하면 더욱 더 힘들어질 뿐입니다.
과거는 잊을 수 없지만, 그것이 미래의 발전에 방해가 되면 안되죠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한국문화를 이해시키고, 우리는 일본문화를 이해하고,
그랬을 때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고 지구촌 시대의 동반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한두명이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죠.
한명한명의 작은 한 걸음이 모여 큰 걸음이 되니까요.
국가차원에서는 오히려 하기 힘든 것. 그것이 이른바 '민간외교'가 아닐까요?
'언어교육'은 '언어' 교육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더 큰 그림을 위한 '민간외교'이지요.
저는 그 사명감을 가지고 오늘도 수업을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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