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그리고 역사

미스테리한 독재정권 스페인의 프랑코

21세기페스탈로치 2017. 5. 9. 09:40

평소에 유럽사에 관심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현대사에는 그리 익숙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의 현대사에서 스페인은 변방 국가에 불과했으며, 역사에 전면에 뚜렷이 드러나지 못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아 독재정권을 이어나갔으면서도, 정작 독일과 이탈리아가 주축이 되어 일으킨 2차 세계 대전에는 참전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스페인의 현대사는, 먼 한반도까지는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페인에서는 독재 정권이 가능했을까. 독재 정권은 후진국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스페인의 독재 정권은 독특하기 그지없다. 독일이나 이탈이아에도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독재 정권이 섰다지만, 스페인하고는 경우가 다르다. 독일, 이탈리아는 유럽의 경쟁에서 후발 주자로서, 큰 영향력이 없는 상태였고, 전쟁도 불사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독재 정권은, 자기들 민족에 대한 자존심을 가진 많은 청년들이, 자기들이 속한 나라의 부진을 참지 못하고, 독재 정권의 술책에 많이 넘어간 것이 히틀러 정권, 무솔리니 정권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지만, 스페인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프랑코는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내전을 치러야만 했다. 게다가 2차 세계 대전에도 참전하지 않았는데, 이는 집안 단속하기에 바빠서 외부의 문제까지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굳이 전쟁까지 참여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여유는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물론 식민지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기간이긴 했지만, 한 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나라가 이 스페인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무엇 때문에 독재 정권이 가능했을까.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정권은, (2차 대전에서 승리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무척 짧은 기간이었다. 대조적으로, 프랑코는 40년을 독재를 했다. 2차 대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프랑코 정권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가 될 수도 있겠으나, 어찌됐건 히틀러의 지원을 받아서 유지해 간 정권이 히틀러 정권 붕괴 후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강의에서도 나왔다시피, 꾸준한 구조 개혁 때문인 듯하다. , 외부로의 세력 확장에 치중하는 히틀러, 무솔리니와 달리, 프랑코는 내부 단속에 치중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차이는, 아마 그 이전까지의 스페인과 독일-이탈리아의 역사의 다름에 기인하는 것이겠지만, 이런 차이가 이후에 프랑코와 히틀러-무솔리니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했던 것이다. 물론 프랑코의 이런 독재 정치는 여느 독재 정치와 다름 없이 수많은 희생을 요구했다는 면에서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일 것이다.

 <프란시스코 프랑코, 스페인에서 40년간 독재정치를 했다>

그렇게, 매우 특이한 유럽에서의 40년 독재 정권인 프랑코는, 1975년에 끝을 맺었다. 그 당시 스페인은, 산업 장애인 비율이 세계에서 높기로 손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17세기까지만 해도 세계를 주름 잡던 스페인으로써는, 매우 치욕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75년 이후 후안 카를루스 1세의 개방 정책과, 두 차례의 민주적 정권 교체를 통해, 스페인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현재는 세계 9위의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다. 민주화가 되니 자연스럽게 관광객도 많이 늘어, 관광산업도 크게 발전하였다. 미스테리한 스페인의 독재정권이 끝나자, 이미 한 번 전성기를 맛보았었던 스페인으로써는, 급격할 발전의 잠재 능력을 바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상생의 모두스 비벤디를 볼 수 있는, 열정의 멋진 나라가 바로 스페인이다. 그러나 그 열정 뒤에는, 무수한 아픔이 숨어 있으며, 그것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