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2010~2011년 일본음악계를 히트쳤던 가요들을 죽 둘러보았다.
2010~2011년 음악계는 크게 네 키워드로 나눠볼 수 있겠다.
K-pop, 니시노 카나, AKB48. 아라시
1. K-pop
2010~2011년 당시 K-pop의 인기는 엄청났다. 2010년에 일본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아직 2NE1이 일본진출을 하기 전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2NE1 노래를 들을 정도였으니까.
2NE1이 이 정도였으니 당시 소녀시대와 카라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특히 소녀시대는 정말 모두가 따라했다고 한다.
2011년에는 소녀시대, 카라, 동방신기 세 팀이 홍백가합전에 진출했다.
홍백가합전은 약 50여팀이 진출하는데, 진출하고 싶다고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이 가수는 이 해에 엄청났어'라는 50팀 정도가 '선발'되는 것이다.
홍백가합전에 외국가수가 등장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나,
같은 나라의 가수가 3팀이나 등장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일이기에
2011년에 케이팝의 열풍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알 수 있다.
2012년에는 한일관계가 악화되어 그 영향으로(NHK측에서는 독도문제는 관계없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전부 배제되었지만, 아직도 일본에는 케이팝의 영향이 크다(물론 2011년보다는 좀 시들었긴 하다)
소녀시대와 카라의 일본팬층을 보면 대부분 젊은 여성이 많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소시와 카라의 남성팬을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본남성들은 AKB나 모모이로크로버같은
귀여운 아이돌을 좋아한다. (에이핑크가 일본에 진출한다면 남성표를 좀 모을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에 반해 일본여성들은 귀요미들만 넘쳐나는 일본여아이돌그룹에 싫증날 무렵
'여자도 멋있을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준 소시와 카라가 롤모델로 마음에 든 것이다.
그 반증으로, 일본에서 소시가 kissing you(일명 캔디송), 카라가 honey를 부르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그런 귀여운 노래가 일본에선 안 먹힐 것이라는 걸 기획사도 알기 때문이다.
이 점이, 아이유가 일본에 진출한다고 할 때 내가 걱정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소시와 카라는 10~30대 여성들의 성원에 힘입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2. 니시노 카나
2010년에 니시노 카나라는 여성솔로가수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데뷔는 2008년이었고, 완전 무명은 아니었으나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는데,
2010년에 「会いたくて会いたくて」가 대히트를 치면서 단숨에 엄청난 가수로 성장했다.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사에, 엄청난 高옥타브에도 흔들리지 않고 예쁜 목소리에
특히 일본여성들이 좋아했다.
(참고로 나는 엄청난 카나팬이다. 남자가 니시노카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응? 이라고 놀랄정도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렇지만 노래를 너무 잘해서 좋은 걸 어떡해 ㅎㅎ)
니시노 카나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신인 여가수들도 꽤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니시노 카나 이외에 가장 크게 성공한 여가수는 YUI와 miwa가 아닌가 싶다.
3. AKB48
케이팝 여가수들이 히트치던 시기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었던 그룹은 역시 AKB였다.
소시와 카라가 젊은 여성의 응원을 받았다면
AKB는 젊은 남성의 응원을 받았다.
이전에도 AKB의 이름은 꽤나 유명하긴 했지만,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그룹 정도의 이미지였다면,
2010년 경부터 전국적인 그룹으로 도약하였다.
마에다 아츠코, 오오시마 유코, 타카하시 미나미, 시노다 마리코, 이타노 토모미, 와타나베 마유, 카와사기 유키 등은
일본 연예계에 꽤 중요한 인물들이 되었다.
더불어 자매그룹인 NMB48(오사카 난바), SKE48(나고야 사카에), HKT48(후쿠오카 하카타) 등도 성장하였으며
JKT48(인도네시아 자카르타), SNH48(중국 상하이), TPE48(대만 타이페이) 등의 해외 자매그룹도 등장.
현재 SPR48(홋카이도 삿포로)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멤버들의 인기순위를 재는 AKB총선거에서.
2011년에 SKE48출신의 마츠이 쥬리나, 마츠이 레나가 각각 9위와 10위를 기록하였고
2012년에는 HKT48출신의 사시하라 리노가, 난공불락의 오오시마 유코를 이기며 1위를 기록해
(사시하라의 1위는 일본 내에서 엄청난 충격이었고 엄청난 이슈였다. '사시노 쿠세니!(사시 주제에!)'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었다.)
자매그룹이 이제 더 이상 자매그룹이 아닐 정도로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는 역으로 자매그룹의 힘도 AKB못지 않게 성장할 정도로 AKB가 일본내에서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점화점은 전국적 그룹으로 성자한 2010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4. 아라시
마츠모토 준, 아이바 마사키, 사쿠라이 쇼, 니노미야 카즈나리, 오노 사토시.
일본인들 중에 이 다섯명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1999년 데뷔한 5인조 남성그룹.
한국이라면 HOT나 GOD, 젝키, 신화 정도 되려나. 신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체한지 오래된 그룹이고
남아 있는 신화도 예전만큼의 인기는 누리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이 데뷔 14년차의 그룹이 지금 일본에서는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얼마전 막내인 마츠준이 30살이 되면서 멤버 전원이 30살(그것도 만나이로!)이 넘었는데,
한국이라면 중견그룹이라고 불릴만한 그룹이 일본에서는 정말 난공불락의 그룹이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2009년부터였다. 2009년에 홍백가합전에 나가면서 그 기력을 보여주었다.
홍백가합전에 소속가수를 잘 내보내지 않는 쟈니즈에서 당시 아직 10년차(!)였던 아라시를 내보낸 건
아라시가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케이팝이 엄청났던 2011년. AKB도 이긴 소시와 카라가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그룹이 바로 이 아라시이다.
(데일리 위클리에서는 소시 카라가 1위 한적도 있지만, 전체적인 성적으로는 아라시를 넘지 못했다)
지금 아라시 5명이 없으면 일본 방송계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니즈 그룹이기에, 연기를 병행하는데, 특히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아이돌이 아니라 탤런트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연기력이 엄청나다.
다만, 자니즈 소속 가수들이 대부분 노래보다는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춘 가수라,(가창력이 되는 가수는 킨키키즈 정도일까)
노래 자체는 좋은데 실력들이 많이 아쉽다는게 단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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